우리 모두가 곧 역사, 성공도 실패도 소중하죠 … 자서전 대신 써 드려요 “부모님 자서전을 만들어 드리려다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어요.” 이민섭(30) 뭉클스토리 공동대표는 원래 대기업에서 마케팅 업무를 했다. 잦은 술자리와 강압적인 분위기에 입사 1년 반 만인 2013년 7월 퇴사했다. ‘백수’가 된 뒤 아버지의 병상을 지킨 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. 2015년 이 대표의 아버지는 어머니로부터 신장이식을 받는 큰 수술을 했다. 이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“아버지와 처음으로 깊게 대화했던 시간이었다. 아버지의 자서전을 써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”고 말했다. 하지만 아버지는 자신의 자서전 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. 부끄러움 때문이었다. “내가 할 얘기가 뭐가 있느냐”며 한사코 거부했다. 평범한 이들의 자서전을 보여 드리면 마음이 바뀌지 않을까. 이 대표가 자서전 출판 재능기부 동아리 ‘뭉클’의 정대영(38) 공동대표를 찾아간 이유다. 정 대표는 국어교육 박사과정을 밟던 2012년부터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자서전 프로젝트 동아리 뭉클을 운영하고 있었다. 그가 뭉클을 시작한 계기도 이 대표와 비슷했다. 2010년 아버지를 떠나보냈지만 정 대표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어떻게 만났는지, 가족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. 정 대표는 “가족의 역사를 알고 싶다는 절실함이 생겨 친구와 둘이 함께 처음으로 뭉클을 시작했다”고 말했다. 그러나 동아리 운영은 쉽지 않았다. 대학생 위주의 동아리다 보니 인원 변동이 잦았다. 동아리의 지속가능성과 확장성을 고민하던 정 대표에게 이 대표가 찾아온 일이 전환점이자 돌파구가 됐다. 두 사람이 만난 그날부터 뭉클의 사업화 구상이 시작됐고, 동아리 뭉클은 2016년 법인으로 새출발했다. 뭉클스토리의 첫 자서전은 같은 해 여름 나왔다. 두 대표가 파독근로자협회를 찾아가 자서전 출간에 관심있는 회원 세 명을 추천받았고, 그들의 삶을 엮어 『독일로 간 청춘』을 펴냈다. 뭉클스토리는 지난해 1년 동안 50여권의 자서전을 펴냈다. 두 대표를 비롯한 뭉클스토리 직원 다섯 명이 의뢰인을 3∼4회씩 만나 회당 6시간이 넘는 인터뷰를 하며 자서전에 들어갈 내용을 모은다. 인터뷰 비용과 자서전 인쇄비 등을 포함해 의뢰인들에게 200만원씩 제작비를 받는다. 현재 개발 중인 온라인 질의 응답 프로그램이 완성되면 이 제작비가 훨씬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. 정 대표는 “앞으로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자동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소프트웨어도 가능하지 않겠냐”고 했다. 뭉클스토리의 핵심 키워드는 가족이다. ‘1가구 1자서전’이 목표다. 정 대표는 “부유하는 개인이 아니라 뿌리가 있는 가족의 일원으로 선대의 시행착오나 작은 성공이 담긴 역사를 기록으로 소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”고 포부를 밝혔다. 오원석 기자 oh.wonseok@joongang.co.kr 기사 링크https://www.joongang.co.kr/article/22649859#home